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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1.12 프란츠 카프카 - 누이에게 中 (1)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van Gogh, 1853.3.30 ~ 1890.7.29)      
       

베를린-슈테크리츠, 1923102

 

오틀라야, 방금 네 사랑스러운 편지를 받고 난 뒤 멋진 소식을 전해 들었어. 셋집 주인이 나를 만족스러워한다는구나.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방값은 더 이상 이십 크로네가 아니고 9월에는 칠십 크로네, 그리고 10월에는 적어도 백팔십 크로네까지 치솟았어. 물가가 다락같이 올랐단다. 어제는 그 때문에 현기증이 일 정도였어. 또 도심지의 방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어. 그 밖에도 도심지는 내겐 지긋지긋해. 그러나 평상시에는 이곳 외곽지역은 일시적이지만 평화롭고 아름다워. 공기가 부드러운 이런 저녁에 집에서 걸어 나오면 오래된 울창한 정원들에서 뿜어 나오는 향기가 나를 향해 불어오지. 그렇게 부드럽고 짙은 향기를 다른 어느 곳에서도 맡아본 기억이 없어. 메란에서도, 마리엔바트에서도, 그 외 모든 것은 지금까지와 똑같아. 취라우에 온 건 정말 잘한 일이야. 물론 겨우 여드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네가 일과 시간 배당에 대해 물으면 난 아직은 전혀 말할 수 없는 입장이야.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기술하기는 어려워.

부모님께는 그렇게 해보려고 애쓰고 있어. 그건 그렇고, 넌 이곳을 구경하고 싶지 않니? 난 네가 교회 계단에 몸을 길게 뻗은 채 아이들 속에 끼여 있는 모습을 발견하지 않기를 바래. - 화요일인 오늘까지도 버터가 오지 않았어. 버터 보내는 것을 중단시켜야 할 것 같아. 겨우 참고 먹을 만한 버터와 우유를 얻었어.

사랑하는 매제는 무얼 하고 있니? 이런, 정말 많은 축구 시합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 아이들과 피니에게 안부 전해주렴.

넌 엘라 프로하스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구나.



                                                                                                                      장-프랑수아 밀레(Jean-Francois Millet, 1814~1875)

 

베를린-슈테크리츠, 19231016

 

오틀라야, 제발 내게 돈을 부치도록 어머니를 설득해주렴. 가진 돈이 별로 없어. 당시에 어머니는 돈이 한 푼도 없으셔서 내게 10월분 생활비를 미리 주시지 못했어. 실은 나 역시 내가 얼마나 머물지 몰랐거든. 그런데 어머니는 101일부터 비교적 적은 액수지만 돈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어. 그 동안은 이미 여러 번 돈을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아직 오지 않았단다. 오늘이 16일인데 이번 달에 내가 받은 돈은 통틀어 겨우 칠십만 크로네야.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서 돈이 안 왔는지, 아니면 현금 봉투가 분실된 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방법을 써서 돈을 벌도록 나를 교육시킬 셈인지. 정말 만약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내가 낭비하지 않도록 했어야 했어. 어제는 가구 포장하는 사람들이 내 방에서 전에 세 들었던 사람의 대형 피아노 한 대를 내갔어. 만약 모든 사람을 가구를 포장하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가구포장사 학교가 있다면 난 기꺼이 그 학교에 입학할 거야.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학교를 찾지 못했어. 버터는 제대로 도착했어. 그러나 사람이란 다른 것도 필요한 법이지. 지금 내 처지에 무리일지는 모르지만 석유램프를 하나 사고 싶어. 내 방에는 그다지 맘에 들지 않는 가스등과 아주 작은 석유램프 하나뿐이야.

 

 

                                                                                                            아마데오 모딜리아니 (Amedeo Modigliani, 1884 ~ 1920)



1924526

 

수신인 부모님

사랑하는 부모님, 한 가지만 바로 잡겠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늘 맥주를 마시고 난 뒤 물이 담긴 큰 유리잔들이 식탁 위에 오르지요!)과 과일에 대한 동경이 맥주에 대한 동경보다 덜 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더딜 뿐입니다. 진심으로 인사를 올리면서.

 

이 엽서를 보낸 후 8일 뒤인 63일 카프카는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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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 edit/del | reply BlogIcon 미미씨 2011.01.12 19:25 신고

    저 모딜리아니 그림은 첨 보는거 같아요. 쟌느는 아닌거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