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냈다.
얼마 전 까지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들었던 마포설계 건도 작업을 마쳤고, 내겐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기에 쉬기로 했다.
단 한번도 이런 시기에 휴가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터라 무얼 어떻게 해야 하겠다는 계획도, 어디를
가보겠다는 계획도 없다.
단지 시간을 한번 천천히 흘러가게 해보겠다는 정도의 계획만이 있을 뿐이다.
책장엘 보니 읽어 볼만한 책도 제법 많이 쌓여 있고(지적 호기심이 그리 많은 편도 문학적인 감성에
얽매이는 편도 아니지만 왠지 책을 읽지 않으면 뒤떨어져 질것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읽지도
않으면서, 구입해 놓은 책은 그 수가 상당해 새롭게 돈이 들어갈 이유는 없다.) 시기만 되면 도대체
어디서 사들이는지 알 수가 없는 클래식 음반 세트(젠장..중복되는 곡들이 왜 이리도 많은지..) 가
도처에 널려 있어 심심치는 않다. 다만 과연 이게 즐거울까 하고 생각하면, 답은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음악에 심취하며 책을 읽고 고뇌에 빠지는 스타일이 전혀 아닌 나로서는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랜만에 낮에 극장엘 가서 영화도 한,두편 정도 봐야겠고, 집사람만 괜찮다면 교외로도 나가볼 생각이다.
다만 운전을 집사람이 해줬으면 하는데 (난 휴가니까.) 뜻대로 이루어질지는 알 수가 없다.
분실한 카메라에 대한 그리움(많은 분들의 사진을 보며 슬퍼한다..나도 같이 놀고 싶어요..이러면서)을
뒤로 한 체 또다시 구입한 노트북(아무래도 카메라는 내년에 사야 할 것 같다.)에 불법행위도
좀 해야겠고, 유명하다던 삼청동도 혼자, 낮에 한번 가 볼 생각이다.
단순한 성격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낮에 이렇게 혼자 멍하니
(캔맥주 두 개를 섭취하긴 했지만서도..)있다 보면 생각이 끝도 없이 앞서 나가버려 결국은 약간
감성적인 인간 (남들이 보면 술 취한 인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수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지구 멸망 말고), 지금 내 자신에 대한 불만과
말 할 수 없는 나만의 속상함(고통이란 표현은 나와는 좀 안 어울림)등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감정이 무조건 싫은 것만은 아니다.
이런 생각도 하질 않는다면 아마도 내가 살아갈 이유조차 알지 못할 것 같아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게 꿈이었다던(정확히 뭔지는 자신도 모르는듯..)
항공사 직원 출신인 집사람은 지금 어떤 미래를 꿈꾸고, 그 무슨 고민을 내게 털어 놓치 않고 있을까?
집에서 집사람을 보고 있으면 알 수 없는 미안한 감정에 두 눈을 마주보기 힘들 때가 있다.
혹시 나란 사람 때문에 자신의 중요한 무언가를 포기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지만 쉽게 물어볼
엄두를 못낸다.
아마도 그건 "내가 잘할께" 란 말로는, 그녀가 포기 했을지도 모를 그것에 대한 답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하늘의 천
내게 금빛과 은빛으로 짠
하늘의 천이 있다면,
어둠과 빛과 어스름으로 수놓은
파랗고 희뿌옇고 검은 천이 있다면,
그 천을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나는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내 꿈을 그대 발 밑에 깔았습니다.
사뿐히 밟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
- W.B 예이츠-
참 좋다.
혼자서 음침해지는곳..내 아이가 써야 할 방인데 애비란 자가 너무 음침하게..--;;;
정말이지 카메라가 너무 사고 싶다..그런데 더 이상은..무리다..노트북..제기럴..
점심경에 신경 쓰이는게 있어서 회사를 다녀왔는데..역시나 제가 없다고 회사가 안 돌아가는게 아니더군요
괜히 가서 뻘쭘하게 블러그만 조금 하고...뭐하는짓이죠..--;;;
댓글을 달아 주세요
작년부터 나라의 큰 어른들이 자꾸 떠나시네요.
큰 별이 또 하나...
가슴이 아리군요.....
마기님 불교 신자이십니깡?
아....이렇게 또 한번 확인하고 나면 쓸쓸함이 더 해져요..
나라의 기둥이신 분들이 하나하나 떠나시네요~
오랜만에 왔습니다..ㅠㅠ 정신없이 바빠서요.. 즐거운 주말 되세요~
시대의 큰 어르신이 세상과의 이별을 알렸습니다. 마음이 아픕니다만 그 분의 고귀한 정신은 가슴 속 깊이 간직하렵니다.
종교를 떠나서 큰분이 떠나서 아쉽습니다. 끝까지 마무리도 잘하신 존경할만한 분이에요.
니종교 내종교 나누지도 않던 분이라서 더더욱